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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월급 200만원 논란, 이제는 얘기할 때 되지 않았습니까?

JIMMIT의 IT 리뷰 2022. 4. 25. 08:46

운석열 당선인의 페이스북 포스트

요즘 윤석열 당선인의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공약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 해체 등 남vs여 구도의 어젠다와는 다르게 병사 봉급 월 200만 원이라는 어젠다는 군필 여부, 연령대와 상관없이 같은 '남자' 안에서도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30대 초반 군필 남성으로서, 병사 봉급 월 200만 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1. 징병제

훈련소 전경 (출처: 국방일보)

대한민국은 아직 전쟁 중이고 북에 맞설 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 18세 이상 남성 국민을 대상으로 징병을 실시합니다. 징병은 '자유의 박탈'을 의미합니다. 징병된 군인에게 있어 자유의 박탈이라 함은, 내가 살고 싶은 곳에 살지 못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가 먹는 것, 자는 시간, 같이 살아야하는 사람들, 내가 배우고 싶은 것, 군인을 그만두고 싶을 때 못 그만두는 것 등 문자 그대로 '모든 것에 대한 자유'를 박탈당함을 뜻합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자유를 박탈당한 채로 산속에서 1년 9개월을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과 답답함 때문에 카투사를 지원했고 이에 떨어진 다음에는 바로 의경에 지원하여 의경으로서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여자의 경우에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기 때문에, 남자의 경우에는 누구나 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것이 사회를 위해 개인이 얼마나 큰 희생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자유'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살아있는 사람만이 갈구할 수 있는 가치입니다. 대한민국 5천년 역사에서 일반 국민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굶주림, 역병, 왜구의 침략 등 '생존' 그 자체였습니다. 즉 자유를 갈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된 지 100년도 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다릅니다. 미국은 '자유'를 찾아 떠난 사람들이 '개척'해 나간 국가입니다. 한글이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백성이 제 뜻을 펼치지 못하여 만들었다'라고 못 박아 놓은 문자인 것처럼, 미국은 자유 목표로 하여 태어난 국가라고 못 박아 놓은 국가이며 자유는 미국의 제 1가치입니다. 자유를 제 1가치로 삼는 미국의 국민들은 군인들이 국민을 위해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군인의 밥값을 계산해주거나, 비행기에 가장 먼저 탑승시켜 주는 것 등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시하는 미국에서 조차,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군인을 소재로 한 개그를 하기를 어려워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애초에 군인 월급 200만원에 대한 토론이 지금에서야 이뤄지고, 이에 대한 반발이 군필자를 포함한 사회 여러 계층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 대한민국은 '자유의 박탈'이 얼마나 무섭고 답답한 것인지, 또 나 대신 나라를 위해 자유를 박탈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2. 군인 최저시급

2022년 군인 월급

2022년 기준 병장의 월급은 676,100원입니다. 이는 당연하게도 최저시급에 한참 모자라는 금액입니다. 징병된 군인과 사회복무요원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최저시급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유일한 집단입니다. 징병된 군인은 다른 직업군과는 많이 다릅니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타의에 의해 자유가 박탈당한 집단은 징병된 군인과 교도소의 죄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생각해보면 사실 징병된 군인의 봉급을 최저시급으로 준다는 것은 오히려 미진한 봉급입니다. 당장 24시간 내내 막사에서 지내야함을 생각해보더라도 하루 8시간 기준 최저시급은 매우 미진한 급여가 맞습니다.

병사 봉급 200만원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재원 마련이 힘들다는 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어떤 사안에서도 힘든 일입니다. 그럼 당연히 중요하고 사회 전반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에 먼저 재원을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병사 처우는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요?

대한민국은 아직 전쟁 중입니다. 아직 전쟁 중이기 때문에 적은 봉급으로 징병을 할 수밖에 없고, 병사 처우 개선이 후순위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아직 전쟁 중이면 상식적으로 정상적이고 강한 군대가 있어야, 즉 자유를 지킬 수 있는 군대가 있어야 자유 다음의 가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이는 자유를 지켜주는 군인이 가장 좋은 대우, 많은 급여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갑자기 누구나 징병이 되고 싶을 정도로 급여를 늘리자는 소리도 아닙니다. 최저시급은 말 그대로 최저시급입니다. 최저시급이 병사 봉급의 논의에 있어 출발점이 되어야 할 최저시급 보장(이 마저도 일 8시간 기준) 자체가 논란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말입니다.

 

3. 군필자들의 '요즘 군대'

출처: KTV

제가 이 이슈에 대한 각종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반응은 다름 아닌 일부 군필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나도 늦게 다녀올 걸 그랬다.', '폰 쓰고 월급 200 개꿀이네' 등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군필자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징병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이뤄져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도에 대한 편차는 있겠지만, 언제나 지금 군대가 이전 군대보다 편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 어떤 군필자도 이전 세대의 군필자로부터 소위 '너네는 꿀 빨았지'라는 소리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입니다. 즉, 우리나라 모든 군필자는 모두 소위 상대적 '꿀'을 빨아왔다는 말입니다.

특정 세대가 빤 '꿀'은 그 이전 세대에게 어떻게 보상을 할 수 있을까요? 또 사병 월급이 얼마까지만 올라야지 군필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논쟁은 기준도 없을 뿐더러 소모적인 논쟁 밖에 되지 않습니다.

단언컨대 군필자 중 그 어떤 사람도 다음 세대가 누릴 '꿀' 때문에 다시 입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그 '꿀' 이란 것이 의미 없고 미진하며,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답답한 것인지 직접 느꼈기 때문입니다. '군필자 입장에서 병사 봉급이 얼마까지 오르면 군필자가 납득할 수 있을까?'는 전혀 중요한 질문이 아닙니다. 군필자 모두 이미 상대적 '꿀'의 수혜자임과 동시에 징병제의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이젠 입영 대상자, 군필자, 이전 세대의 군필자 모두가 최저시급에 대해 공감하고 목소리를 높여야할 때입니다. 그래야지 군필자도 예비군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느낀 군필자의 반응은 '예비군 급여도 올려야 한다' 입니다. 대한민국 군인은 전역 이후에도 예비군에 끌려가고 이때 또한 최저시급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현역도 예비군도 자유를 박탈당한 값을 못 받고 있습니다. 

이제 2022년 4월 25일 기준 윤석열 정부의 시작이 15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 뒤늦게나마 시작된 병사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