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리뷰, IT/핸드폰

아이폰은 어떻게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가 되었나? (1)

JIMMIT의 IT 리뷰 2022. 6. 29. 14:39

지금은 사라진 LG의 모듈식 스마트폰 G5

2022년 6월 기준, LG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LG가 철수하며 이젠 국내 소비자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만 남게 되었습니다. 바로 갤럭시와 아이폰입니다. 저는 아이폰 4를 시작으로 옵티머스 LTE, 아이폰 5s, 갤럭시 s6-s7-s8, 아이폰 X-Xs-11-12까지 사용하였으며 현재는 아이폰 13과 갤럭시 노트 9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폰과 갤럭시를 골고루 사용하며 각 라인업의 장단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특히 아이폰을 자주 사용하며 아이폰이 갤럭시보다 뛰어난 점에 대해서는 나름의 정리된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해주시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제 블로그의 대부분은 단발성 제품 리뷰나 정보 모음 포스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테크 리뷰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어가는 지금, 독자분들께서 한번만 읽고 넘어갈 포스트가 아닌 정기적으로 읽어볼 수 있는 포스트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로 아이폰과 갤럭시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남은 현재, 아이폰과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2022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
아이폰SE 미국 시작가격 (좌), 갤럭시 A52 5G 미국 시작가격 (우)

2021년 아이폰의 세계 4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과반인 57%이었으며 2022년에는 여기서 더 증가한 62%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2022년 5월 기준, 아이폰SE가 429달러부터, 갤럭시 A52 5G가 49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즉, 위 통계자료 기준, 가격대 상관없이 아이폰이 갤럭시보다 3배 이상 팔린다는 뜻입니다. 스마트폰의 가격은 아이폰을 필두로 높아져왔습니다. 즉, 아이폰은 항상 비싼 폰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아이폰은 어떻게 1,000달러 이상의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아닌, 400달러 이상 중저가 스마트폰을 포함한 시장에서 저렇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2. 아이폰의 시작, 멀티 터치와 UI 혁신

2002년에 발매된 블랙베리5810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역사상 최초로 '널리 사용되는' 스마트폰을 만들었습니다. '최초의 스마트폰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는 아이폰 이전에 발매된 수많은 기기들이 대답이 될 수 있겠지만, '최초로 널리 사용된' 혹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의 표준을 정립한' 스마트폰을 묻는다면 모두가 아이폰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아이폰이 최초로 널리 사용될 수 있었던 이유, 혁신이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핀치 줌'과 같이 멀티터치가 가능한 터치스크린과 그를 뒷받침해 줄 UI가 탑재된 소프트웨어 때문이었습니다. 터치스크린 덕분에 아이폰 전면엔 홈버튼 외 모든 물리키가 사라지고 화면이 커진 것은 덤입니다. 

2007년, 아이폰의 첫 출시 가격은 499 달러였습니다. 당시 휴대폰이 150~300달러임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비싼 가격이었으며 무려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중급기에 들어가는 가격입니다. 아이폰의 가격은 고점에서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이 2022년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62%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인간의 감각 기관으로 느꼈을 때 '진짜'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되었거나 그렇게 보이도록 홍보되었다는 점입니다.

 

3. 결국 인간은 세 가지 감각으로 스마트폰을 느낀다.

3D 터치 (좌) / 레티나 디스플레이 (중) /  / 공간 음향 (우)

인간이 스마트폰을 느끼는 방식은 세 가지입니다. 미각과 후각을 제외한 시감, 촉감, 청감을 통해서 입니다. 시각은 스크린을 볼 때, 청각은 터치감과 진동을 느낄 때, 청각은 스피커 혹은 이어폰을 통해 소리를 들을 때 사용됩니다. 프리미엄 기술과 제품일수록 제조사는 이를 브랜딩 하여 적극 홍보하는데, 첫 아이폰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기술적 한계 때문에 휴대폰에서 프리미엄 한 시감, 촉감, 청각이라는 개념은 없었습니다. 고작해야 '다른 기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핸드폰에서도 지원한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달랐습니다. 멀티 터치 스크린과 UI를 통해 '핀치 줌'이 가능했고 매우 자연스러운 스크롤링은 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다른 기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오직 아이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이폰의 혁신은 시감, 촉감, 청감 중 프리미엄한 '촉감'을 통해서였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촉감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4. 가장 넓은 시간동안 사용되는 '촉감'

아이폰의 탭틱 엔진

스마트폰에서 촉감이 중요한 이유는 화면을 볼 때나 보지 않을 때나 사용되기 때문에, 즉 가장 넓은 시간 범위에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터치와 스크롤링을 한다는 뜻이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화나 알림이 오면 진동을 느끼며 촉감을 사용하게 됩니다. 

우선 앞서 언급했던 터치감과 스크롤링부터 알아봅시다. 자연스러운 스크롤링은 스마트폰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스크롤링은 대화면, 고해상도인 PC에서 조차 많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같은 양의 정보를 작은 화면 안에 넣게 되면 필요한 스크롤링의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즉, 이 스크롤링 하나가 스마트폰의 사용감에 있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뜻입니다.

스크롤링이 자연스럽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얼음 위에 하키퍽을 슬라이딩시켰을 때 미끄러지는 정도의 스크롤링일까요? 아님 매끈한 탁자 위에 플라스틱 병뚜껑을 손가락으로 쳤을 때 날아가는 정도의 스크롤링일까요? 정답은 사용자가 느꼈을 때 자연스럽다고 느낄만한 그 어딘가에 있습니다. 아이폰은 확실히 처음부터 이 자연스러운 스크롤링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이폰의 터치감은 옴니아2나 갤럭시 S1과 비교하여 독보적이었습니다. 이는 아이팟의 클릭 휠부터 쌓은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한 스크롤링 데이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폰의 스크롤링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자연스럽다'라고 말하는 것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화면의 밝기를 나타내는 nit나 하드웨어 스펙처럼 스크롤링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는 지표는 없기 때문입니다.

스크롤링이 사용감에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초기 아이폰 사용자는 매우 만족했을 것 입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아이폰은 뭐가 좋아?'라고 물었을 때 아이폰 사용자는 단순히 '스크롤링이 자연스럽다', '터치감이 좋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 대답을 듣는 입장에선 그 장점이 매우 사소하게 느껴지거나 사용자가 별 생각이 없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이는 초기 아이폰이 '감성 폰'으로 불리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가장 중요한 장점을 가장 멍청하게 보이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아이폰의 날짜 설정 인터페이스 (출처:iMore)

촉감에 있어서 아이폰의 두번째 혁신은 바로 2015년 아이폰6s에 처음 탑재된 '탭틱 엔진'입니다. 처음 탭틱 엔진이 탑재되며 가장 크게 홍보됐던 기능은 바로 3D 터치였습니다. '터치의 세기 혹은 깊이의 차이를 구별하는 게 큰 내부 공간을 포기할 만큼 그렇게 중요했는가?라는 질문의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3D 터치는 2018년 아이폰 Xs가 출시되며 3년 만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딱히 사용되지 않는 기믹이었고 '롱 프레스'라는 다른 방식으로 비슷한 경험을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탭틱 엔진은 촉각을 통한 아이폰 사용 경험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단적인 예로, 위 사진처럼 날짜를 세팅할 때, 아이폰은 탭틱 엔진과 적절한 효과음을 통해 정말 물리적인 휠을 돌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갤럭시 s6-7-8 사용 이후 다시 아이폰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놀랐던 부분입니다. 페이스 ID로 잠금이 풀릴 때, 전화가 올 때, 화면을 아래로 끝까지 당겨 화면을 새로고침 할 때 등 이런 경험은 아이폰 곳곳에 있습니다. 그것도 다 다른 패턴과 세기의 진동으로. 이전까지 일정하고 자연스러운 스크롤링을 넘어서 이젠 다양한 상황에서 '진짜' 같은 촉감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애플은 최초 아이폰 출시 이후 탭틱 엔진을 개발했을 때 가장 큰 쾌재를 불렀을 것입니다. 첫 번째로 '촉감'이 스마트폰 사용 경험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 경쟁사에서는 잘 모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는 안다 하더라도 이를 따라 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는 탭틱 엔진 출시 8년이나 지난 2022년, 삼성이 갤럭시 s22가 진동이 약하다고 판단되자 진동 소리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고, 아직까지 윈도우 랩탑의 트랙패드가 맥북의 탭틱 엔진을 사용하는 트랙패드보다 한참 뒤떨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갤럭시는 분명 대안이 없을 만큼 잘 만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점차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최근엔 A칩의 전성비와 GOS 이슈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된 것이겠지만, 그 이전엔 '촉감'에 대한 나태함이 한몫했을 것입니다.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이 '감성'이 없는 것이니까요. 이제 국내 시장에서 선택지는 갤럭시와 아이폰만 남은 만큼, 부디 갤럭시에서도 햅틱 피드백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통한 업데이트가 있길 바랍니다.

아이폰은 촉감을 제외한 시감과 청감에서는 그렇다 할 혁신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노치를 보면 알 수 있듯 폼팩터 업데이트는 삼성보다 훨씬 늦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아이폰은 어떻게 시감과 청감에 있어 어떻게 갤럭시 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는지, 적어도 어떻게 그렇게 보이도록 했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